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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에 내린 첫눈 / 김용수
2023-11-19 오전 11:25:28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낙안읍성에 첫눈이 내렸다. 하얗게 뒤덮인 초가지붕과 성곽을 바라보니 벌써 겨울이 왔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가을이 채 가기도 전에 겨울이 왔다는 사실에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낙안읍성의 첫눈은 포근한 엄마 품을 연상케 한다. 더욱이 우리의 옛 정취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풍광이 전개된다.

     

    초가지붕을 하얗게 덮은 눈 더미 곁에서 피어나는 굴뚝연기는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옛날 어머니와 누이의 손길이 와 닿는 부엌의 정경이 그려지고 대가족의 생활상이 연상되는 민화가 떠오른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잊혀 지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곳을 지정한다면 단연코 낙안읍성을 선정하겠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시와 수필을 쓰면서 배낭여행을 즐겼었던 낭만문필가로 고전적인 수필집을 남겼었다. 그의 첫 수필집 제목도 첫눈이다.

     

    낙안읍성은 송 작가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산실이 아니었나 싶다. 그의 지난 세월은 고독의 시간이었다. 육체의 아픔보다도 정신적인 아픔을 견디게 했고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도 했었다. 그는 작품이 써지지 않고 방황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낙안읍성을 찾았고 그곳에서 지친심신을 달래기도 했었다.

     

    첫눈 오는 날이면 첫눈 내리는 거리를 쏘다녔었던 철부지가 아니면서도 유난히 첫눈을 좋아했었던 송 작가의 일침이 생각난다. “용수! 자네는 지금부터 낙안읍성에 묻혀 있는 글을 써서 낙안의 고즈넉한 정서를 세상에 알리소!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삶과 죽음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남아야 하네.” 참으로 심각한 어조로 말하는 그의 말에 필자는 무겁고 버거운 짐을 받아 짊어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별로 싫지는 않았었다.

     

    그런 연유에서 필자는 낙안읍성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해 보지만 낙안읍성의 감성을 실감나게 살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거리감을 좁힐 수가 없었으며 세월의 흐름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낙안읍성에 첫눈이 내리면 눈송이부터가 아름답다. 나풀나풀 춤을 추면서 낙안읍성을 하얗게 새하얗게 은세계를 만들고 있다. 기와지붕도 초가지붕도 성곽도 돌담도 모두가 하얗게 변해버린 은빛세계다. 그 세계를 촬영하려는 사진작가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낙안읍성의 첫눈 소식을 전해들은 관광객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오전 중에 온 관광객들은 잔설을 바라보면서 이른 아침에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를 연발했었다. 그들도 낙안읍성의 첫눈이야기를 알고 있는 성 싶다.

     

    낙안읍성의 첫눈이야기는 전설이 아니고 현실에 가까운 픽션이다. 첫사랑에 실패한 두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첫눈 오는 날 낙안읍성을 찾았었다. 낙안읍성의 첫눈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다 우연히 마주친 그들의 만남은 애절했으며 행운으로 이어졌다. 서로의 가정을 등질수도 없는 상황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짧은 시간이었다. 그들은 그날의 즐거움과 서운함을 가슴깊이 새기면서 금전산 등산과 낙안온천을 계획했었다. 다음 해 첫눈 오는 날을 기약했으며 오직 그날만을 학수고대했었다.

     

    1년 후, 낙안읍성에 첫눈이 내렸다. 기다리고 기다렸었던 그날이 온 것이다. 그들은 첫눈내리는 날 낙안읍성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낙안읍성 주차장에서 만서 금전산을 등산하고 낙안온천수에 몸을 씻고 복권을 샀다. 그 복권이 당첨됐다는 것이다. 행운이 함께한 낙안읍성의 첫눈소식은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낙안읍성과 첫눈은 은밀한 사랑을 맺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눈을 바라보면서 첫사랑도 만나고 첫 복권까지 당첨되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낙안읍성에 첫눈 오는 날은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옛날이야기부터 오늘의 현실이야기까지 첫눈을 소재로 담은 이야기를 써 보고픈 발동심이 솟아나기도 한다.

     

    아무튼 낙안읍성의 첫눈은 낭만적이다. 하얗게 뒤덮인 초가지붕을 바라보면서 첫눈이 쌓인 성곽 길과 돌담길을 걸어보는 운치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극치다. 누구나 한 번 쯤은 탐미해 볼 만한 풍광이다.

     

    가을이 짙어가는 이른 저녁

    겨울이 손 내미는 이른 아침

    상사호의 그림도 짙어만 간다

     

    물속에 그려지는 한 폭의 그림

    햇빛이 그리는 것일까

    달빛이 그리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게끼다

     

    거꾸로 선 나무들의 이야기

    거꾸로 선 우리들의 동영상

    거꾸로 선 가을담은 단풍잎

    선명하게 그려지는 물속나라에

    거스르는 시간들이 쌓여 있을까

     

    아이들이 모여 놀이하는 그곳

    청년들이 모여 활동하는 그곳

    어른들이 모여 사색하는 그곳

    물속나라 세상에도 똑 같을까

     

    조계산허리로 감싸고

    섬진강 물줄기로 채운

    맑디맑은 상사호 물거울은

    세상 모든 것을 품어 안고

    속절없이 불어대는 바람을

    다독이며 잠재우고 있다

    (필자의 물거울전문)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3-11-19 11:23 송고 2023-11-19 11:25 편집
    낙안읍성에 내린 첫눈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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