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오월의 푸르름이 가슴을 뛰게 하는 시간이다. 푸른 산으로 갈까? 푸르른 들판으로 갈까? 새파란 강으로 갈까?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고 찾아가고픈 곳이 있다. 즐겁고 편안한 樂安(낙안) 고을이다. 그곳에는 배움의 터전인 향교가 있고 조선시대의 개혁도시인 낙안읍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교육철학을 지니고 있는 강숙영 박사가 낙안을 찾았다. 그는 언제나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자신의 교육학을 역설했었다. 어쩌면 인성교육의 근본은 대자연에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연의 순리를 터득함으로써 인성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엣 향교가 있는 고을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인성교육을 탐구하고픈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대자연 속에서 지혜와 인성을 기르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휴대폰이 울리고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늘 따스한 훈김을 불어넣어주는 조성호 친우였다. 그동안 뜸했던 만남의 시간이 주어졌다. 친우는 어린이날이 석가탄신일과 겹쳤다며 낙안 금둔사를 다녀온 길이다고 했다. 그리고 필자에게 강 숙영 교육학박사를 소개했다. 그의 첫인상에서 소박함과 겸손함이 묻어났으며 도덕과 예의범절을 엿 볼 수 있었다.

강박사의 교육학 일면에는 신사임당의 어머니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흐르는 강물의 도도함까지 스며있었다. 현모양처에 깃든 교육철학과 흐르는 강물의 물의 철학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영양식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어린이날을 맞이한 교육학나들이로 좋은 시간을 갖지 않았는가 싶다.

가끔 필자는 오늘의 시간이 끌려가고, 내일의 시간이 달려오는 낙안들판에서 “그냥”이라는 낱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원인은 있지만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여 지고, 즉흥적이며 아무런 목적도 없는 “그냥” 이라는 말, 유유자적하고 허물없으며 단순하다. 아니다. 따스한 정이 흐르고 여유가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따라서 조성호 그 친우는 필자에게 “그냥” 전화해보고 “그냥” 필자의 움막에 오면서, “그냥” 친우가 보고 싶은 것이었다. 정말 거리감이 없는 우정이 아닐까 싶다.

벌써 20여년이 지난 일이다. 그 친구는 필자에게 뚝배기 같은 도움을 많이 주었었다. 병마에 시달린 필자에게 잊을 수 없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시 말해 물질적인 도움은 물론 정신적인 조언까지도 해주었었다. 필자는 그때부터 그 친우의 별명을 “뚝배기”로 불렀었다. 쉬이 달구어지지도 않고 쉬이 식지 않으며 언제나 친근감과 온유함이 배어있는 뚝배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뚝배기 친우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인성을 지니고 있다. 당당하고 올곧은 기개가 있는 것이다. 현 사회에서 호연지기를 논하면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핵가족제도의 모순인 이기심이 팽배한 요즘, 큰 교훈이 아닐까 싶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다. 필요한 지식은 물론 기술과 지혜 등 굳센 마음가짐과 당당한 기개도 기른다. 그게 바로 "넓고도 큰 기운"을 뜻하며, 올바르고 당당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호연지기다.

이날, 강 박사와 뚝배기 친우, 그리고 필자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그들은 필자의 움막에서 호연지기의 삶과 인성교육을 논했었다. 더욱이 강 박사는 넓고도 큰 우주의 기운을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전남교육의 틀을 논했었다. 주로 올곧고 강직한 정신, 흔들리지 않는 도덕적 신념을 설파했었다. 도리에 맞는 바르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을 역설했었다.

무엇보다도 강 박사는 암울한 시국을 염려했다. 현 시국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이루기 위해 이 대표와 한마음 한뜻으로 동행 할 것"이라고 소견도 밝혔다.

이뿐 아니다. 그는 "한평생 몸바쳐왔던 교육현장에서 느낀 바를 통해 현 교육현실에서 개선할 점 및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 과감히 실행할 것이다"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 진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이다"며 "교육자로서 아이들이 올바른 시각과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전남의 아이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밥상머리교육은 강숙영 박사가 교육의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는 철학이다. 아이가 태어나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사회인교육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의 구체적인 밥상머리교육은 ▲웃어른에 대한 존중 ▲밥상에서의 예절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 ▲타인을 위한 배려 ▲소중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감사함 등이 있다.

아무튼 이번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은 필자와 뚝배기 친우와의 우정을 더욱더 돈독하게 해 주었고 강 박사의 교육철학을 접하게 했다. 어쩌면 호연지기로 인성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터전이 낙안일지도 모른다. 예부터 향교가 있는 지역은 예의범절과 미풍양속이 지켜져 왔다. 낙안은 향교가 있고 읍성이 있다. 호연지기 인성교육장으로 활용해도 좋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