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 시민주권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먼저 손훈모 순천시장의 고심 끝에 내린 시민주권 시대가 튼실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듣는 행정에서 참여, 경청, 소통, 환류를 통해 작성행정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잠시, 생각해 보자. 행정의 본질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이 계획을 세우고, 시민은 혜택을 받는’ 일방향 구조에 익숙해져 있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주민 설명회나 설문조사 역시 이미 결론을 내놓은 상태에서 명분을 쌓기 위한 통과의례로 치부됐었다. 시민은 시정의 주인이라 불리면서도, 정작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는 늘 경계 밖에 서 있어야 했던 것이 우리 지방행정의 서글픈 초상이었다.
이러한 한계를 깨부수고 ‘시민이 결정하고 행정이 함께하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이정표를 제시한 지자체가 있다. 최근 시장 직속 ‘시민주권담당관’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시민주권 시대의 포문을 연 순천시의 이야기다.
순천시의 이번 행보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한 ‘창구 일원화’를 넘어선 ‘숙의형 공론화 체계의 구축’이다. 최근 순천시는 시민 821명이 직접 서명하여 청구한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 관련 정책토론에 대해 전격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했다.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민감한 지역 현안에 대해, 행정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시민이 직접 공론의 장을 요구하고 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타운홀 미팅, 숙의형 토론회, 온, 오프라인 공론장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은, 주민참여를 단순한 ‘민원 수렴’이 아닌 ‘정책 수립의 핵심 동력’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시민을 정책의 단순 수혜자가 아닌, ‘정책 형성의 주체’로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방분권과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지자체가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었다. 하지만 늘 용두사미로 끝났던 까닭은 바로 ‘환류(환류·Feedback)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었다. 시민이 목소리를 내도, 그 의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에 반영되었는지 혹은 왜 채택되지 못했는지 투명하게 알 길이 없었다. 소통이 끊어지면 시민의 참여 의욕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순천시가 구축하는 시민소통 대표브랜드 ‘S.ON(Suncheon ON)’과 4대 전략(참여, 경청, 소통, 환류)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 의견 제시에서부터 부서 검토와 정책 반영, 결과, 공개를 통해 시민 재참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소통의 단계를 한 차원 높인 것이다.
게다가 현장 즉문즉답으로 해결되지 않은 건의사항까지 지속해서 관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은, ‘듣기만 하고 답은 없는’ 기존 행정과의 명확한 절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시민주권은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그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시민주권은 거창한 구호나 전시성 이벤트가 아니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의 문제를 내가 직접 고민하고, 논의하고, 결정에 참여하며, 그 변화를 체감하는 일상적인 과정 그 자체다.
행정이 주도권을 내려놓고 시민에게 공론의 장을 내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행정의 효율성보다 민주적 절차와 숙의 과정을 우선시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손훈모 순천시장은 “시민주권은 시민의 의견을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그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라며 “시민이 시정의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시민과 함께 답을 찾는 열린 시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순천시가 쏘아 올린 ‘시민주권 시대’의 신호탄이 단발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2027년 성과평가 체계 구축과 정책 고도화까지 차근차근 이어지길 기대한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정책이 되고,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순천의 실험이 성숙한 지방자치의 모범 답안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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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6 22: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