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어찌 된 영문일까? 위정자들의 출판기념행사! 그저 위정자들의 표몰이 내지는 돈세탁으로 비쳐지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불치병으로 출판기념행사 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다.
뜻있는 사람들은 위정자들의 출판기념행사 문화는 하루속히 근절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또 선거철만 되면 위정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책들이 서점가를 떠나 행사장에서 문학의 열기로 뜨거워진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는 정책 보도자료 하나 없이 의정활동에 바쁘다던 위정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수백 페이지 저서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현 사회인들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그 수 많은 책 중에서 독자와 진검승부를 겨룰 만한 내용은 얼마나 될까? 참으로 의심스럽다 아니 할 수 없다. 위정자들의 열정적인 측면을 따져본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수십 명은 배출했어야 했다.
어쩌면 문학의 향기 대신 “돈 봉투” 냄새만 가득한 그들만의 축제로 각인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평소 글쓰기와는 전혀 거리가 먼 위정자들이 앞다투어 작가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려한 조명 아래 웃고 있는 위정자와 쌓여 있는 책더미는 줄지어 선 축하객들을 현혹시키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이 풍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잠시, 출판의 본질은 사라지고 꼼수만을 노리는 위정자들의 의중을 살펴볼까 싶다. 즉, 본래의 목적인 저술의 공유는 멀리하고 정치자금법의 사각지대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에서 주고받는 책값 명목의 금품은 정치자금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책 한 권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봉투에 담기는 액수에는 상한선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 공개할 의무도 없으니, 이것보다 완벽한 합법적 비자금 창구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이는 투명한 정치를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행사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화환과 유력 인사들의 축사는 저자의 철학을 알리기보다는 ‘자신의 세(勢)가 이만큼 강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특히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출판기념회 초대장은 사실상의 청구서와 다름없는 것이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 혹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지갑을 여는 이들에게 그 책은 읽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통행세를 내고 받은 영수증일 뿐이다.
책의 내용 또한 가관이다. 자신의 철학이나 치열한 정책 고민이 담기기보다는 과거의 사진 몇 장과 어디선가 본 듯한 미사여구 그리고 대필 작가의 손길이 닿은 뻔한 자서전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면 화려한 장소를 이용해서 봉투를 받을 것이 아니라 시장통의 낡은 의자에 앉아서 주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 현명한 위정자라면 소외계층의 힘없는 이야기와 애달픈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 애환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순천지역 위정자들의 출판기념이 한창이다. 전남지사, 교육감, 순천시장 후보들을 비롯해 도의원, 시의원 후보 등 수많은 위정자들의 출판기념행사가 넘쳐나고 있다. 그들은 정말 순천시민들의 마음을 읽고 출판기념행사를 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릇된 위정자들의 출판기념행사 문화를 바꿀 수는 없는지? 위정자 스스로가 자신들의 양심을 들춰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들어 지인들의 출판기념식장을 다녀왔었다. 그들은 빈티지의 출판기념을 택했는지, 허름하고 낡은 장소에서 작가의 싸인과 함께 조촐한 행사를 진행했었다. 게다가 작가의 철학과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했었다. 특히 그들은 독자들과의 질의 문답 시간도 가졌었다.
순간 필자는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위정자들의 출판기념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판이하게 다른 출판기념행사를 비교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서글픔에 잠겼었다. 왜? 위정자들은 선량한 국민을 위선 하면서 정치를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현실이 야속했다.
아무튼 위정자들의 출판기념행사를 통한 무분별한 자금 모금을 막기 위해 회계 보고를 의무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선거 전 일정 기간 출판기념회 자체를 더욱 엄격히 제한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남발되고 있는 위정자들의 출판기념행사를 국민 스스로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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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6 08: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