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영산강변에는 유서 깊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송강정 기오정 영모정 금강정 식영정 5개 누정을 비롯해 느러지와 이산마을 등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영산강은 우리나라 5대강의 하나로써 호남의 젖줄이다. 담양 용주봉에서 발원해 목포 하구언까지 흐르고 있으며 꿈의 여울(몽탄)이라는 후삼국시대의 역사성도 지니고 있다.
지난해였다. 필자는 이산이라는 아호를 지닌 친구의 고향집을 방문하게 됐었다. 이산마을은 배꽃 피는 마을이라는 지명이었다. 그런지도 모르고 그저 친구의 아호를 무심코 부르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이산마을의 깊은 뜻과 친구의 순수한 삶을 견주어 보았다. 배꽃처럼 하얗게 순수한 삶을 살아가라는 아호였었던 것을 세삼 깨우쳤었다. 그래서일까? 이산 친구의 삶은 배꽃처럼 하얗게 피어나 달빛과 어울리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이산마을 옆으로 배뫼당촌의 표지석이 있다. 그 왼쪽 길로 접어들면 바로 식영정(息營亭)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한호(閒好) 임연이 1630년에 지은 정자다. 정면 3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이 얹힌 식영정은 1983년과 2004년에 개수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 영산강 풍경과 멀리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다. 더욱이 봄날의 분위기는 더 한층 고조된다. 연분홍의 복숭아꽃과 붉은 동백꽃이 만발할 때면 와아! 소리가 절로 난다. 게다가 몇 그루의 팽나무와 푸조 나무는 5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예부터 이곳은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시를 짓는 장소로 유명하다. 28명의 시인묵객들이 지은 시만도 92편이나 된다. 대다수의 작품들은 흐르는 영산강과 강 너머로 펼쳐진 갈대밭을 소재로 쓰여 졌었다.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식영정은 영산강 유역의 제1정자로 부족함이 없다. 문순태 소설가도“영산강 제2경 몽탄노적”이라는 글을 썼었다.‘몽탄노적(夢灘蘆笛)’이 몽탄의 갈대피리를 일컫는 것이라면 강 건너 갈대밭이 노적의 적지가 아닌가 싶다.
한호 임연은 1613년 증광문과에 합격해 좌우승지를 거쳐 남원부사를 역임했다.“마치 새장 속에 갇힌 새와 어찌 다르랴”면서 고뇌하던 임연은 끝내 관직을 버리고 영산강을 선유하다가 1630년 가을에 이곳을 찾아 머무르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한반도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늘어지는 동강이 휘돌아가는 물목으로 곡선의 흐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늘어지 전망대 앞쪽에는 최부의“표해록”이 그려져 있어 해양문학의 역사성을 엿볼 수 있다.
최부는 1487년 제주추쇄경차관으로 부임했다. 그는 이듬해 정월, 부친상의 소식을 듣고 도해하려고 제주를 출발했다. 그러나 표류했다. 14일간 표류 끝에 중국 명나라 태주부 임해현계의 우두외양에 표착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그해 7월 조선에 귀국했다. 이후 최부는 성종임금의 명을 받고 바다에서의 표류생활과 중국 땅에 표착한 후, 조선으로 귀국하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자세히 기록해 표해록을 저술했다. 따라서 해양문학을 연 문인이기도 하다.
산과 강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신랑신부와도 같다. 산은 강에 물을 대주는 신랑이고, 강은 물을 받는 신부다. 즉, 산에서 나온 물을 받아 계곡물이 되고, 계곡물이 모여서 천과 강을 이룬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반도의 강들은 물과 물을 섞을 수 없는 숙제를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큰 산줄기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강과 섬진강이 섞이지 않는 것은 호남정맥이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고, 섬진강과 낙동강이 섞이지 않는 것은 백두대간이 두 강을 떼어 놓기 때문이며, 금강과 한강이 만나지 못하는 것은 한남정맥이 가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산줄기와 강줄기에 따라서 수많은 풍광들이 펼쳐지고 생활문화까지도 달라진다. 호남평야와 나주평야 그리고 무안평야를 잇는 영산강 유역의 생활문화는 비교적 풍성했다. 곡창지대로 농산물이 풍부해 한류와 풍류를 즐겼었다.
아무튼 시간이 허락한다면 역사성과 문화성을 겸비한 영산강변의 풍류를 즐겨봄이 좋을 듯싶다. 5개 누정을 비롯한 영산강변의 풍광은 극치다. 그중에서도 식영정과 이산마을 그리고 늘어지전망대는 일미로 꼭 구경해야 한다.
배꽃을 좋아할까
이산을 사랑할까
달빛을 친구로 사는 길
새하얀 이산의 길이지만
영산강 늘어지틀 나돌아
식영정 팽나무를 휘감네
어서 오시게
어서어서 오시게
조금 있다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게
아니 맛있는 거
더 먹고 가시게나
헤어지기 싫은 이산의 노래
귓바퀴 맴돌고 눈에 선하네
무등산 자락 증심사 계곡
보리밥집 김치장인의 맛
이산의 마음인 것을
배꽃에서 왔을까
곡강에서 왔을까
이산궁귈에서 왔을까
정조대왕에서 ?育뺑?/span>
모락모락 김서린 배꽃향
훈훈한 봄바람 타고 있네
이산의 노래 들려오네
(필자의“이산의 노래”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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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08:23 송고